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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좋은 시 추천 - 김사인 '오누이'

by 은하계쓰 2015.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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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살다보면 좋은일도 있지만 나쁜일도 있지요.

세상모진풍파에 이리 쓸리고..저리 쓸리고..별로 즐거울것도 특별할것도 없는 나날들을 보내노라면...

 

그래도 가끔 나를 웃게 해주는 것은 역시나 '아이들의 천진한 미소'입니다.

 

아이들의 미소가 있어서 오늘도 열심히 살아갑니다.^^

 

좋은 시 추천 - 김사인 '오누이'

 

 

 

 

 

 

오누이

 

 

57번 버스 타고 집에 오는 길

여섯 살쯤 됐을까 계집아이 앞세우고

두어 살 더 먹었을 머스마 하나이 차에 타는데

꼬무락꼬무락 주머니 뒤져 버스표 두 장 내고

동생 손 끌어다 의자 등을 쥐어 주고

저는 건드렁 손잡이에 겨우겨우 매달린다

빈자리 하나 나니 동생 데러다 앉히고

작은 것은 안으로 바짝 당겨 앉으며

'오빠 여기 앉아' 비운 자리 주먹으로 탕탕 때린다

'됐어'  오래비 자리는 짐짓 퉁생이를 놓고

차가 급히 설때마다 걱정스레 동생을 바라보는데

계집애는 앞 등받이 두 손으로 꼭 잡고

'나 잘하지'하는 얼굴로 오래비를 올려다본다

 

안 보는 척 보고 있자니

하, 그모양 이뻐

어린 자식 버리고 간 채 아무개 추도식에 가

술한테만 화풀이하고 돌아오는 길

 

내내 멀쩡하던 눈에

그것들 보니

눈물 핑 돈다

 

 

 

-김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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