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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이은규 '놓치다, 봄날'ㅡ좋은 시 추천

by 은하계쓰 2015.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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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산 물향기 수목원에 다녀왔어요.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살구꽃, 벚꽃등등 봄꽃들이 피기 시작하더군요.

봄,가을이 갈수록 짧아지네요.

이봄이 떠나기전에 부지런히 즐겨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은규 '놓치다, 봄날'ㅡ좋은 시 추천

 

 

 

 

 

놓치다,봄날

 

 

저만치, 나비가 난다

生의 귓바퀴에 봄을 환기시키는 운율로

 

저 흰 날개에는 왜

기생나비란 이름이 주어졌을까

色氣 없는 기생은 살아서 죽은 기생

모든 色을 날려 보낸 날개가

푸른빛으로 희다

잡힐 듯 잡힐 듯, 읽히지 않는 나비의 문장 뒤로

먼 곳의 네 전언이 거기 그렇게 일렁인다

 

앵초꽃이 앵초앵초 배후로 환하다

바람이 수놓은 급기에

흰 피가 흐르는 나비의 날개가 젖는다

젖은 날개 사이로

햇살처럼 비치는 네 얼굴

살아서 죽은 날들이 잠시 잊힌다

 

이 봄날 나비를 쫒는 일이란,

내 기다림의 일처럼 네게 닿는 순간, 꿈이다

꿈보다 좋은 생시가 기억으로 남는 순간

그 生은 살아서 죽은 나날들

 

바람이 앵초 꽃잎에 앉아

찰랑, 허공을 깨뜨린다

기록이 없는 나비의 문장에 오래 귀 기울인다

꼭 한 뼘씩 손을 벗어나는 나비처럼

꼭 한 뼘이 모자라 닿지 못하는 곳에 네가 있다

 

어느 날 저 나비가

허공 무덤으로 스밀 것을 나는 알지 못한다

봄날, 기다리는 안부는 언제나 멀다

 

 

 

-이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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