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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남이 자식보다 낫다 싶을때가 싶다던 어떤 어르신의 말씀이 생각난다.
우리 부모님도 그리 생각하는 날들이 있겠지?
하종오 '밴드와 막춤'ㅡ좋은 시 추천
밴드와 막춤
동남아에서 한국에 취업 온
청년 넷이 밴드를 만들어 연습하다가
저녁 무렵 도심 지하보도에서
처음 한국인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공연준비를 마치자
노인네들이 몰려와 둘러섰다
기타는 스리랑칸 베이스는 비에트나미즈
드럼은 카보이단 신시사이저는 필피노
허름한 옷차림을 한 연주자들은
낡은 악기로 로큰롤을 연주했다
노인 한 분 나와서 몸 흔들어대자
다른 노인 한 분 나와서 몸 흔들어대고
노파 한분 나와서 몸 흔들어대자
다른 노파 한 분 나와서 몸 흔들어댄다
막춤을 신나게 추던 노인네들은
연주자들이 블루스를 연주하기 시작하자
잠시 얼떨떨해하다가
노인 한 분과 노파 한 분
다른 노인 한 분과 다른 노파 한 분
양손으로 살포시 껴안고
양발로는 엇박자가 나도 돌았다
미소 짓던 동남아 청년 넷은
저마다 고국에 계신 노부모님에게
이런 자리를 마련해준 적 없었다 싶으니
더 정성껏 연주하고
노인네들은 저마다 자식들이
이런 자리를 마련해준 적 없었다 싶으니
더 흥겹게 춤을 추었다
- 하종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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