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 시

좋은 시 추천ㅡ 김기택 시인 '말랑말랑한 말들을'

by 은하계쓰 2015. 4. 13.
반응형

돌 전후로 아기가 옹알옹알 하면서 말 배우는걸 보면~

부모는 정말 아기가 귀여워서 어쩔줄을 모르지요.

남들은 못알아든 지 애미 애비만 알아들 수 있는 말들,

혹자는 외계어라고도 하지요.

그래도 그때가 아이는 제일 이쁩니다.^^

 

 

좋은 시 추천ㅡ 김기택 시인 '말랑말랑한 말들을'

 

 

 

 

 

말랑말랑한 말들을

 

 

돌 지난 딸아이가

요즘 열심히 말놀이 중이다.

나는 귀에 달린 많은 손가락으로

그 연한 말을 만져 본다.

모음이 풍부한

자음이 조금만 섞여도 기우뚱거리는

말랑말랑한 말들을.

 

어린 발음으로

딸아이는 자꾸 무어라 묻는다.

발음이 너무 설익어 잘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억양의 음악이 어찌나 탄력이 있고 흥겨운지

듣고 또 들으며

말이 생기기 전부터 있었음 직한 비밀스러운 문법을

새로이 익힌다.

 

딸아이와 나의 대화는 막힘이 없다

말들은 아무런 뜻이 없어도

저 혼자 즐거워 웃고 춤추고 노래하고 뛰어논다.

우리는 강아지나 새처럼

하루 종일 짓고 지저귀기만 한다.

짖음과 지저귐만으로도

너무 할 말이 많아 해 지는 줄 모르면서.

 

 

- 김기택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