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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하종오 '밴드와 막춤'ㅡ좋은 시 추천

by 은하계쓰 2015.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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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남이 자식보다 낫다 싶을때가 싶다던 어떤 어르신의 말씀이 생각난다.

우리 부모님도 그리 생각하는 날들이 있겠지?

 

 

하종오 '밴드와 막춤'ㅡ좋은 시 추천

 

 

 

 

밴드와 막춤

 

 

동남아에서 한국에 취업 온

청년 넷이 밴드를 만들어 연습하다가

저녁 무렵 도심 지하보도에서

처음 한국인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공연준비를 마치자

노인네들이 몰려와 둘러섰다

 

 

기타는 스리랑칸 베이스는 비에트나미즈

드럼은 카보이단 신시사이저는 필피노

허름한 옷차림을 한 연주자들은

낡은 악기로 로큰롤을 연주했다

 

 

노인 한 분 나와서 몸 흔들어대자

다른 노인 한 분 나와서 몸 흔들어대고

노파 한분 나와서 몸 흔들어대자

다른 노파 한 분 나와서 몸 흔들어댄다

 

막춤을 신나게 추던 노인네들은

연주자들이 블루스를 연주하기 시작하자

잠시 얼떨떨해하다가 

노인 한 분과 노파 한 분

다른 노인 한 분과 다른 노파 한 분 

양손으로 살포시 껴안고

양발로는 엇박자가 나도 돌았다

 

 

미소 짓던 동남아 청년 넷은

저마다 고국에 계신 노부모님에게

이런 자리를 마련해준 적 없었다 싶으니

더 정성껏 연주하고

노인네들은 저마다 자식들이

이런 자리를 마련해준 적 없었다 싶으니

더 흥겹게 춤을 추었다

 

 

- 하종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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